그림자
그림자는 나의 어두운 면, 즉 무의식적인 측면에 있는 나의 분신으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억압된 자아의 그늘진 뒷면을 가리킨다. 그것은 인간 본성 중 제멋대로 구는 자기본위적인 측면으로 미발달 상태나 초기발달 상태와 같이 미분화된 채로 남아있는 원시적인 인간 심리의 일부분이다.
문학에는 의식적 인격과 무의식적 인격의 이중성을 표현하는 좋은 예가 있는데, 그것은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 작품 속 하이드는 지킬 박사의 그림자로 볼 수 있다.
또한 민간설화에서 나오는 많은 대극적 인물―이를테면 ‘흥부와 놀부’, ‘콩쥐와 팥쥐’ 등 무수한 쌍들이 바로 인간정신의 의식성과 무의식성, 명과 암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한 쌍은 보다 신화적인 차원의 세계에서도 볼 수 있다.‘파우스트 Faust’의 악마 ‘메피스토펠레 Mephistopheles’, ‘니체 Nietzsche’의 초인 ‘자라투스트라Zarathustra’와 ‘추악한 인간’ 그리고 심지어는 ‘그리스도’와 ‘마귀’에서 보듯이 모든 선하고 정의로우며 초인적인 존재의 악하고 추하며 비천한 반려자는 모두 그것의 그림자들이다.
그림자는 의식의 바로 뒷면에 있는 다양한 심리적 내용으로 무의식 속에 감추려고 하는 비천하고 반사회적인 욕망을 나타내는 열등한 인격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무의식적 경향을 타인에게서 발견하는 경우 이것은 투사(Projection)라고 규정된다.
그림자가 외부에 투사되면 자아는 의식화된 대상에게서 부정적인 감정반응을 일으키며 열등한 경향을 띠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무의식 속에서 분화될 기회를 잃었을 뿐, 자아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때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림자의 어두운 측면은 상대적인 것으로 이것이 의식화 될 때, 인간 내부의 긍정적인 창조적 긴장감을 형성하고 극복해야 할 내적 장애물을 만들어준다. 긍정적인 측면을 띠는 그림자는 자아의식의 좋은 면이 억압되었을 때라고 볼 수 있다.
그림자는 보통 개인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것은 모두 각자의 자아의식이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지향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지 않는 것들이 의식에서 배제됨으로써 무의식이 그 그림자에 상응하는 특징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무리 속에 공통되는 가치판단의 기준에 따라 집단에 소속하는 사람들은 집단적 그림자가 무의식 속에 형성되고 이는 집단무의식의 내용인 원형의 상을 띤다.
그림자가 개인무의식의 내용인 경우 인간적인 차원에 머무르기 때문에 형언할 수 없는 파괴적인 감정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집단무의식 내용으로 “원형으로서의 그림자가 투사될 때, 인간은 투사대상에서 표현할 수 없는 두렵고 무서운 감정, 죽이고 싶을 정도의 증오감, 혐오감을 느끼며 때로는 실제로 이 감정에 따라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
원형의 투사는 인간적인 차원을 넘어서 초인적이며 비인간적 경향을 담은 신화의 내용을 담는다. 보편적으로 이러한 집단무의식 원형의 근원적인 성격을 띤 그림자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피해망상이나 범죄자에게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러한 요소가 얼마만큼 개개인의 의식을 지배하고 제어할 수 있느냐에 따라 모든 인간의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그림자의 파괴적이고 위험한 붕괴적인 에너지는 인간정신의 심층 내부에서 의식화를 통한 체험적 수용으로 선의 기능 또는 창조적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니마와 아니무스 (0) | 2024.07.20 |
---|---|
페르소나 (0) | 2024.07.19 |
풍경구성화 : LMT (0) | 2024.07.17 |
개성화 : 칼 융 (0) | 2024.07.16 |
칼 융의 무의식으로 가는 길 (0) | 2024.07.15 |